웬디북 리뷰
리투아니아의 열다섯 살 소녀 Lina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소련군에 의해 엄마와 동생까지 모두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야만 했다. 대학교수이던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리투아니아의 국민 모두가 소련군에 의해 강제로 기차에 마치 가축처럼 빽빽하게 실려 있었다. 어디로 언제까지 가야할지 모르는 열차 수송칸에서 사람들은 서서히 희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낳은 아이를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버려야 하는 처참한 모습, 그림에 재능이 있던 Lina는 그 모든 것을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제수용소까지 이어지고 그림을 그릴 재료가 떨어지자 회색빛 재로 그림을 그린다.
1939년 소련군의 침공으로 갑자기 사라진 발트해 3국 중 하나 리투아니아에서 벌어진 참상을 그린 Ruta Sepetys의 《Between Shades of Gray》입니다. 당시 소련의 지도자였던 스탈린은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위험의 예방과 통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소수민족의 강제이주정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못지않은 악랄한 정책이었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때는 1941년인데요, 소련의 만행을 고발하는 한 편, 애틋한 사랑까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이 《Between Shades of Gray》입니다.
사실, 스탈린의 적성민족 이주정책의 피해자는 리투아니아만이 아닙니다. 고려인이라 불렸던 우리 민족도 피해당사자 중의 하나였습니다. 당시 적성 국가였던 일본의 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50만 명에 달하던 한인들 모두가 집과 터전을 빼앗기고 모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강제병합 당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 피해의 여파는 지금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이 책이 던지는 의미는 정말 쉽게 여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