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59세의 남자 Ove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세대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짤렸다. 인생의 3분의 1을 보낸 곳인데,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반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직장생활이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못하게 됐다. 용도폐기된 거다. 세상을 살아갈 의욕이 없다. 하직해야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비 거는 것들이 많은 건지.
지독하게 고집스러운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A Man Called Ove》는 368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길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 출판사 서평처럼 30초마다 웃음 폭탄이 터지기 때문이죠. 정말 마지막 페이지를 순식간에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 남자가 고집스러운 것은 확고한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집이 아니라 옳고 바른 것에 시선을 두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서 이러한 남자의 원칙을 구식이라고 폄하하죠.
남자의 원칙은 별다를 게 없습니다.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하는 건 전력회사의 배만 불리는 일이라며 집안 곳곳을 다니며 관리합니다. 라디에이터의 온도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하죠.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났으면 직접 수리하면 될 텐데, 세상은 스스로 수리한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터넷 세상은 쓸모없는 지식만 넘쳐날 뿐입니다.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세상을 하직하려 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이야기가 아니죠.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정말 뒤집어집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남자를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은 덤입니다. 아, 참 좋은 책이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