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흔히 클래식은 어렵고 가요는 쉽다고 하죠. 이 말이 사실 틀린 것도 없는데요, 그렇다고 완전히 옳은 것도 아닙니다. 각 음악의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니까요.
쉽다고 생각하는 가요의 경우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라인과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가사가 있습니다. 이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가사만 주의 깊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은 어쩐지 모호하기만 합니다. 뭘 말하고자 하는 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표제라도 있다면 흐르는 음률에 따라서 상상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주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겁니다.
표제음악의 대명사인 생상의 동물사육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제는 주었는데 음률에 대한 이미지는 청자에게 맡기고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생상의 동물사육제는 유명한 만큼 CF와 드라마, 뮤지컬과 영화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차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익숙한 곡은 맞지만 각기 다른 이미지에 활용돼 쓰였기 때문에 동물이라는 본래의 이미지와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본래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요? Jack Prelutsky의 《The Carnival of the Animals》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 Jack Prelutsky는 자신의 재능을 발굴한 선생님에 의해 The High School of Music & Art로 진학해 음악과 미술을 배웠고, 그렇게 재능을 키워나갑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카페에서 노래를 하다가 팝의 황제 Bob Dylan을 만나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시를 쓰고 노래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시작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자신의 시와 그림이라는 재능을 더해 탄생한 작품이 바로 《The Carnival of the Animals》인데요, 생상의 동물사육제에 대한 시와 음률이 전해주는 느낌을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클래식도 Jack Prelutsky을 통해서라면 참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만큼 전하는 이야기가 풍성하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