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제목 《A single Shard》의 한글제는 ‘사금파리 한 조각’입니다. 여기서 사금파리란 도자기 파편을 말하는데요, 바로 고려청자죠. 12세기 고려 시대 도자기 마을을 배경으로 도공이 되고 싶어하는 목이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목이는 도공이 간절히 되고 싶어하죠.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해 늘 한 다리로만 서있다고 해서 두루미라 불리는 마음씨 고운 아저씨와 가족처럼 삽니다. 그러다 마을 최고의 도공인 민 영감의 도자기를 깨뜨리게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민 영감의 작업실로 들어갑니다. 숱한 사연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목이에게 돌아온 것은 가족 같던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입니다. 하지만 두루미 아저씨의 희생 덕인지 목이는 결국 도공이 됩니다.
도자기를 매개로 도공들의 장인정신을 그리고 또 한 아이가 성장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A single Shard》는 지난 2002년 한인 2세인 Linda Sue Park에게 뉴베리 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입니다.
글을 무척 잘 썼으니까 뉴베리상을 받았겠지……하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물론 글을 잘 썼기에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좀 더 주목할 것은 뉴베리라는 상의 정체성입니다. 뉴베리상은 미국 시민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작품에 한해서 메달을 수여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겁니다. 역대 뉴베리 수상작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제3세계 출신의 작가가 수상한 경우는 대체로 인종차별이나 미국이 주목하는 민감한 내용을 다룬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A single Shard》는 이민 2세대 출신의 작가가,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생소한 분야인 도공들의 이야기를, 그것도 미국의 역사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12세기의 고려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뉴베리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것은 저자 Linda Sue Park이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를 했음에도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뜻이 되는데요, 쉽게 말하면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손뼉을 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성을 지녔다는 거죠..
번역본인 ‘사금파리 한 조각’도 좋지만, 원래 이 책은 영어로 쓰여진 《A single Shard》입니다. 능력된다면 당연히 원서가 좋겠죠.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