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내역 >
* Newbery Honor
* YALSA Popular Paperbacks
웬디북 리뷰 : 작성자 이글랜차일드
마테호른의 설경이 장엄하고 준엄하게 내려다보는 알프스, 새하얀 알프스 아래의 작은 마을 쿠르탈의 남자라면 누구나 산악가이드를 꿈꾼다. 새하얗게 빛나는 알프스, 그 중에서도 아무도 오르지 못한 시타델 산은 반드시 오르고 말겠다는 산악인의 의지와 꿈이며 자존심이다.
주인공 루디 또한 시타델 아래의 쿠르탈 마을의 남자아이이기에 산악 가이드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루디가 갓 태어나던 시절 시타델 산에 남편을 잃은 엄마는 루디가 산악가이드가 되는 것에는 극구 반대한다. 루디의 뜻을 꺾고자 호텔에 취직을 시키지만 이미 마음속에서 불타오른 꿈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결국 루디는 엄마 몰래 호텔을 빠져나가 시타델 산으로 향하는데…….
전문가가 쓴 글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죠. 당연히 논문은 제외하고서 말입니다. 호킹 박사가 딸 루시와 함께 쓴 우주모험소설처럼, 개연성 없는 터무니없는 상상만 잔뜩 채워 넣은 억지 소설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쉽고도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뉴베리상을 수상한 산악 모험소설 《Banner in the Sky》가 이런 범주에 드는 책인데요, 전문가의 식견과 노하우가 가득 배여 있는 모험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James Ramsay Ullman는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한 미국 탐험대의 일원입니다. 산의 준엄함과 등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지금도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알프스 마테호른의 등반에 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Banner in the Sky》에 나오는 가상의 산 시타델이 마테호른이죠. 루디를 비롯해서 루디가 살던 쿠르탈 마을과 조난자로 나오는 전문 산악인 존 윈터 또한 모두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이들이 전하는 등반의 생생한 이야기는 정말 스펙타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굉장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단문으로 이어가는 호흡에서 긴박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Banner in the Sky》는 산악 가이드를 꿈꾸던 소년이 모진 난관을 극복하고 끝내 시타델 산을 정복했다……로 끝나는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닙니다. 마치 인생성공담과 같은 뻔한 통속 모험소설이었으면 뉴베리는 결코 메달을 부여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사(世事)란 매사에 선택의 기로입니다. 루디를 비롯해 《Banner in the Sky》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도 고민과 함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산악인들의 고민은 죽음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살아가는 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루디의 선택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