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제 기억 속에는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잠언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오랜 시간 남아있는 것은 "참된 사랑의 힘은 태산보다 강하다. 그러므로 그 힘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황금일지라도 무너뜨리지 못한다"던 셰익스피어의 구절입니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사랑의 불멸성을 비웃고 통속성에 지쳐가면서도 막연하게 상상하던 그 사랑의 증표를 만나게 되면 어떤 사심도 없이 박수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진정으로 박수를 치게 되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 웃기게도 King Kong을 볼 때마다 느끼곤 합니다.
영화 사상 가장 성공한 카피 중에 "Size Does Matter"(Godzilla, 1998)가 있습니다만, 영화는 말 그대로 사이즈만 키웠을 뿐 작품 자체는 워낙에 형편없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런데 같은 카피를 King-Kong에 대입하면 조금 다른 답이 나옵니다. 일단 덩치가 고질라만큼 커졌습니다. 이야기도 액션 어드벤처와 긴장이 넘치는 서스펜스를 버무려 공룡이 살던 전설의 섬에서 미국의 뉴욕까지, 스케일 자체도 굉장합니다. 무엇보다 킹콩의 덩치만큼 사랑의 크기도 함께 커졌습니다.
산만한 덩치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괴수가 미인을 사랑해서 그녀를 곁에 두고자 하는데, 어쩌면 아이의 마음에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둘의 감정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부분까지 이야기가 전개되고 나면 Anthony Brown의 삽화 속의 킹콩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지를 깨닫게 될 겁니다. 그리고 ‘Beauty & Beast'에서 야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야수가 슬퍼할 때 함께 슬퍼하고 기뻐할 때 함께 기뻐했던 것처럼 킹콩과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끝내 Empire State 빌딩에서 떨어질 때는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되죠.
어린 시절 제 마음에 남아있던 그 킹콩은 한낱 괴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nthony Brown이 재현한 킹콩은 처연한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눈빛의 가지고 있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