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선인장 나무에서 빨간 열매가 하나 뚝 떨어졌어요. 그 속에서 까만 씨가 쏟아져 나와 싹을 텄습니다. 50년이 지나자 선인장은 엄마 선인장보다 배는 커졌습니다. 그리고 딱따구리가 열매를 먹으러 찾아오더니 둥지를 텄어요. 60년이 흘러 아빠 선인장의 세 배만큼이나 커졌을 때 올빼미와 비둘기가 찾아와 보금자리를 만드네요. 150년이 흘렀더니 쥐도, 곤충도, 박쥐도 모두 선인장 호텔로 이주하기를 소망해요. 200년이 지나 선인장 호텔이 쓰러지고 모든 동물이 이사를 갔을 때, 그 곳에는 선인장 숲이 새로 생겨났어요.
《Cactus Hotel》을 접하게 되면 제일 먼저 그림에 감탄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글이 그림보다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고 놀라게 됩니다. 정말 그림보다 글이 아름답습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미소를 짓다가 선인장 호텔이 쓰러질 때는 마음 한 구석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이내 따뜻한 온기가 가슴을 채웁니다. 세상의 그 무엇도 살지 못할 것 같은 메마른 사막이 오색으로 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생명의 신비가 숨어있기 때문일 거라며 미소로 화답하게 됩니다.
개발만이 능사라는 듯 파헤치고 무너뜨리며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을 너무나 쉽게 목격하게 됩니다. 본디 개발과 보존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주제이지만, 환경친화라는 말처럼 적절한 지점에서 둘 사이를 화해하게 만드는 단어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만, 환경보존이라는 주제 자체가 좀 전달하기에 난해한 것도 사실입니다. 자연환경을 보전해야한다고 백 번을 강조해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그칠 뿐이죠.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싶다면 백 편의 환경다큐멘터리보다는 이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바로 《Cactus Hotel》과 같은 작품 말이죠.
아낌없이 다 주는 선인장의 일생, 《Cactus Hotel》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