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엄마가 죽은 뒤 11살의 데이비드는 6살 제니와 4살짜리 쌍둥이 블레어와 에스터를 돌보며 산다. 그러다 아버지가 12살 아만다를 둔 이혼한 화가 몰리와 재혼을 한다. 갑자기 가족이 늘어나자 시골의 크고 오래된 저택을 구입하게 되는데, 그 집의 층계참에는 목이 잘린 큐피드 상이 조각돼 있다.
어느 날 새롭게 가족이 된 12살 아만다가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하고 네 명의 어린 이복동생들을 마법의 세계로 인도하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이 오랜 저택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마치 유령이라도 있는 것처럼…….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사랑을 받았던 ‘Egypt Game'의 작가 Zilpha Keatley Snyder는 뉴베리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아동문학의 대가죠. 《The Headless Cupid》 또한 뉴베리 수상작으로 기괴한 마법의 세계와 으스스한 호러블한 세계 그리고 현실을 세계를 뒤섞어 펼쳐 놓은 판타스틱한 이야기입니다. 240페이지로 다소 분량이 많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이야기 중심의 쉬운 문장에 마법과 다소 으스스한 호러블한 느낌이 분량의 무게를 순식간에 날려버립니다.
작가 중에는 거의 강박처럼 첫 문장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입을 강렬하게 또는 재치 있게 쓰는 것은 좋은 테크닉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신경 쓰면 주제와 어처구니없을 만큼 동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죠. 그러나 초반 구성의 중요성은 Syd Field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에서 골백번 강조한 것처럼 정말 확연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Zilpha Keatley Snyder는 참으로 훌륭한 문장을 쓰는 작가입니다.
《The Headless Cupid》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새엄마 몰리가 아만다를 마중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데이비드는 왜 하필이면 자기가 층계참의 ‘목 없는 큐피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걸까? 하고 몇 번이나 고민했다‘란 첫 문장으로 주요 등장인물과 배경, 그리고 주제까지 한꺼번에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거의 50%에 육박한다고 하지만 재혼으로 인한 새로운 가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아주 당연한 가족형태인데요, 이러한 가족구성을 ‘새엄마 몰리’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표현하고 있네요. 여기에 목이 없는 큐피드라는 주제까지 문장 하나로 표현하는데요, 이런 필력이 책을 덮을 때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더욱 놀랍죠.
《The Headless Cupid》는 서프라이즈 쇼를 벌이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무섭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강추! 아니라면 스킵!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