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네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비록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 Hard-Boiled Style이라고 부르는 헤밍웨이의 문체는 수식이 거의 없고 간결합니다. 쉬운 단어만을 사용해서 객관적으로 서술합니다. 다년간의 기자 생활로 체현된 기사문 문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영문학을 접하는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렇게 표현한 작품의 깊이는 누구보다도 깊어서 영문학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런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직접 참여해서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 《For Whom the Bell Tolls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입니다.
미국의 대학에서 스페인어 강사로 일하던 주인공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잘 다룬다는 주특기를 살려 여러 전투와 교량 폭파 등 임무를 수행하는데요, 적진 후방에 침투하라는 명령 받고 달려갔다가 집단 성폭행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깊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상황은 그들의 운명을 비극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스페인 내전은 민주 정부가 수립되자 이에 반발한 왕당파와 보수 파시스트가 반발해서 벌어진 전쟁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이 벌어지자 종군기자로 달려가서 실상을 확인하는데요, 이웃과 친구를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하는 내전의 참담함을 로맨스로 그려냅니다. 영화화되어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해 엄청난 흥행을 하기도 했고요.
참고로 이 소설의 제목 ‘For Whom the Bell Tolls’은 사실 헤밍웨이가 지은 게 아닙니다. 영국 성공회의 신부 존 던 John Donne의 기도문 중 일부입니다. 제목의 Toll은 누군가가 죽었을 때 부고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를 뜻하는데요, 따라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오역이며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일본이 영화를 수입 개봉하면서 오역한 제목을 그대로 다시 수입하면서 일본어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한 겁니다.
명작을 원문으로 만나는 것은 참으로 값진 경험입니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 언어를 현대어로 윤색한 글이 아니라 저자의 고뇌와 고민을 담은 동시대 작가의 글이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이 20세기 미국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헤밍웨이의 작품이라면 그저 엄지척! 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