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제목은 ‘나폴레옹의 단추’인데, 부제가 재미있죠. 세계의 역사를 바꾼 물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요?
1812년 겨울, 러시아 정벌에 나섰던 나폴레옹은 끝내 포기하고 퇴각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아주 사소하게도 군복 단추 때문입니다.
당시 프랑스군복은 굉장히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빨간색 바지에 파란색 옷에 흰색 넥타이를 매고 모자에는 높은 흰색 깃털을 달았는데요,(당시 화약은 불연소 되는 경우가 많아 전장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했으며, 아군에게 오인사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려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옷이 이런데 어중간한 단추를 걸 달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보석은 너무 비싸니, 쉽게 구할 수 있고 폼도 나는 주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문제는 이게 러시아 원정에서 결정적 패인이 됩니다.
금속성의 주석은 기온이 내려가면 푸석푸석한 비금속성의 가루로 변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날씨는 춥고 옷은 여며야하는데, 단추가 자꾸 떨어져나가니 병사들의 손은 무기가 아니라 옷을 붙들고 있기도 바빴던 거죠.
물론 이것은 화학자들이 툭하면 내놓는 가설에 불과합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졌다고 해도 금속성 주석이 순식간에 비금속성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는 건 말도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당시 기록을 보면 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한 나폴레옹군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완전히 억측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책 《Napoleon's Buttons: How 17 Molecules Changed History》는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열게 된 원인이 된 정향과 유케놀 이야기, 삼각무역 즉 노예무역의 도화선이 되었던 설탕과 포도당에 관한 이야기, 평화를 외치던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와 니트로셀룰로오스 등 세계 역사에 중심이 되었던 17가지와 핵심 화학물질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학문이 화학이라고 하죠. (머리 아플 만큼 공부할 게 많다는 게 단점이지만) 실제로 전망도 엄청나게 밝은데요, 이 책을 읽고 나면 화학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레 생겨나게 됩니다. 진짜루~!!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