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할아버지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사고 때문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할아버지처럼 눈을 감고 세상을 이해하려했다. 그랬더니 정말 몰랐던, 새로운 것이 가득한 세상이 펼쳐졌다. 반음 높고 반음 낮은 첼로 현의 소리를 알았고, 버터를 발라 굽는 토스트의 향을 알게 되었다.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운 꽃도 알게 되었고, 갑자기 불어난 시냇물의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시시콜콜 말하지 않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단 한 마디에도 할아버지는 궁금증에 대한 응답을 주셨다.
뉴베리 수상작가 Patricia MacLachlan의 《Through Grandpa's Eyes》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또 다른 감각들, 청각, 촉각, 후각을 통해서 얼마든지 세상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묘사하는 것들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정말 안대를 하고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세대 간의 간극은 좁혀지면서, 무엇보다 장애는 오로지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는 기묘한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