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와 목판화를 합쳐놓은 듯한 일러스트 스타일이 꽤나 인상적이지만, 이 책의 독특함은 비단 그 때문만은 아니다.
Parriage 일병이 Carriage를 가져왔지만,
Farrell 상병이 Barrel을 가져왔지만,
Chowder 중사가 Powder를 가져왔지만,
Bammer 대위가 Rammer를 가져왔지만,
Scott 소령이 Shot을 가져왔지만 꿈쩍도 않던 Drummer Hoff가
Border 장군의 order가 떨어지자 KAHBAHBLOOOM! 하는 큰 폭음과 함께 대포를 발사한다.
단어가 좀 어렵다고요? 그럼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어렴풋하게나마 운율이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은 멋들어진 시와 같이 라임을 맞춘 문장들이 '반복'되고 '축적'되는 재미있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비장한 얼굴로 홀로 서 있는 Drummer Hoff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으로부터 새로운 인물과 사물이 하나씩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장과 함께 그림도 계속해서 축적된다. 일곱 명의 군인들이 각자 맡은 사물을 가지고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그림은 한층 조밀하고 복잡해진다. 또한 처음의 배경은 들판에 듬성듬성 난 몇 개의 작은 풀과 꽃에 불과했으나 마지막 페이지에는 무성한 풀과 꽃, 거미줄로 바뀌어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 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는 족하지 않다. 한번 읽고 나서는 첫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읽게 되고, 또한 그림과 함께 또다시 읽으며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라임이 리듬을 만들고 있어 곱씹으며 차근차근 다시 읽을 수록 더욱 읽는 맛이 난다.
물론 비영어권 어린아이가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듯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라임에 유의하여 읽어보면 그림을 통해서 충분히 추측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청각 자료와 함께라면 더욱 좋을 듯 하다.
by boro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