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세계를 뒤흔든 몇 가지 선언이 있습니다. 맑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토머스 제퍼슨의 미국 독립선언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입니다. 이 외에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과 필리포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 등도 있죠.
이들의 선언은 후대에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고, 일부는 사람들의 정신에 녹아들었거나 폐기수준의 과정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선언 중에 아직까지 유효하며, 아니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선언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Rachel Carson의 녹색선언 《Silent Spring》입니다.
아시다시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살충제인 DDT를 비롯해 각종 화학물질의 폐해를 고발하는 책입니다. 이러한 각종 유해물질이 지구온난화를 비롯해서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자세히 고찰해 경종을 울리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선언이라고도 합니다. 이 때문에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죠.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자세히 나와 있으니, 꼭 한 번쯤 찾아보셨으면 하네요.
무엇보다 침묵의 봄은 문장 그 자체가 굉장히 대단합니다. 그녀는 글 한 줄 쓰고 소리 내 읽어가면서 수 없이 고쳐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운율과 두운을 맞춰 쓰다 보니 구상부터 출간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녀의 기술방식처럼 소리 내어 읽게 되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파괴력으로 미국 대륙을 휩쓸었고, 문학평론가들은 그녀의 문체를 분석하기 바빴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수사법과 은유에 대해서는 박사학위 논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문장이 아름답다고 전부가 아니겠죠. 치밀한 구성으로 캐릭터를 대비하고, 한 번 책을 잡으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과학지식도 전문가에게는 가소로울지 모르나 일반인에게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명쾌하게 설명하고 적절한 예로 이해를 돕습니다. 이렇게 놀라운 글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책을 출간하고 불과 2년 후에 사망합니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 그녀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만 겁니다. 올해가 레이첼 카슨이 사망한지 50주기(리뷰일 2014, 4. 16)입니다. 그녀를 기억하려는 다양한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요,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더라도 《Silent Spring》 만큼은 이 기회에 꼭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