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세계 최고의 여행 작가 Bill Bryson은 20여 년의 삶을 영국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그가 고국 미국으로 돌아가 애팔래치아 트래킹을 한 후 쓴 여행 산문이 바로 《A Walk in the Woods: Rediscovering America on the Appalachian Trail》입니다. 가수 이적이 감동적으로 읽었고 남에게 추천했던 바로 그 작품이죠.
무려 3,360km에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결코 쉬울 리 없겠죠. 괴로움이 이어지는 산행에서 동반자는 서로의 짐을 덜어주고 슬픔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함께 참여한 친구는 오히려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이 될 뿐입니다. 뭐 결국 저자 Bill Bryson은 애팔래치아 종주를 끝내 마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역대 최고의 여행서적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산행의 모든 것을 가감없이 숨김없이 낱낱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어디의 풍광이 심장 떨리게 아름다워서 몰아일체의 신비함을 느꼈다거나 세상사를 잊고 자연과 벗 삼아 살고 싶다는 식의 상투적인 표현보다는, 산행 중간에 내려와 탄산음료를 마시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듯이 기뻐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뒤집어 지는 유머가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죠.
이처럼 실패한 산행에 관한 기록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진솔함이 더욱 부각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됩니다. 더불어 책을 덮고 나면 이처럼 소중한 자연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 고민과 한없이 작은 인간에 대한 사유로 인도합니다. 좋은 글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죠.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