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어느 봄날, 런던 시는 바닷물이 말라 버린 옛 북해를 가로질러 작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 책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최고의 문장입니다. 영국의 London이라는 市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다니,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요? 말 그대로 도시가 다른 도시를 사냥하려고 다가서는 모습입니다.
이 책은 30세기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60분 전쟁이라 불리는 핵전쟁 이후에도 화산폭발과 지진 등 끊임없는 자연재해를 겪게 되는 인류는 생존을 위해 한 경제학자가 주창한 도시진화론(The Municipal Darwinism)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터로 거대한 바퀴를 움직여 움직이는 도시(engines)를 만들고, 대도시가 소도시를 집어삼키며 도시를 유지해 나가는,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도시에 그대로 대입한 것이 도시진화론입니다.
그 속의 구성원들은 그 논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열다섯 살의 고아 소년 Tom은 도시(Engines)의 지하세계로 빠져들며 反Mortal Engines주의자들을 만나 그 논리의 허구성을 깨닫게 되고, 이에 대항하게 됩니다. 간략 줄거리와 주인공까지 모두 등장했네요.
SF 소설 《Mortal Engines》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단순히 문학계의 지각변동 수준이 아니라 인류학과 경제학까지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도시진화론(The Municipal Darwinism)이라는 낯선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고 경제학자들이 이 단어를 집중 논의할 정도로 말이죠.
인류는 결국 살아남아야 하지만 폐해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회규범이 되어버린 도시진화론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지속적인 생존모델의 반대개념으로 파괴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 무엇이 더 나은지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지만, 인류는 지속적으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원칙조차 무시하게 되는 것이 도시진화론입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사회에 빗대어도 상당히 유효합니다. 단순히 반전(反戰)메시지 정도로만 이해해도 무방하지만,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라는 등식 또는 개발지상론과 환경친화론에 대입해도 그 의미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국내 번역본에 대한 헌사를 놀랍게도 경제학자가 썼습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와 대구대 홍인기 경제학과 교수가 극찬을 하고 있는데요, 추천사 중 일부를 발췌하자면 “과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사회․경제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섬세하고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엮어 낸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라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SF소설에서 이렇게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은데, 참으로 놀라운 작품입니다. 2012년 개봉을 목표로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 《Mortal Engines》이 가진 작품성을 주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