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간단한 글과 그림속에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담고 있는 Pat Hutchins의 대표작.
왜 여우에게만 연못은 그렇게 깊고, 건초더미는 그렇게 쉽게 쏟아져내리고,
담장은 그렇게 높은걸까???
한적한 시골 농장길을 산책하는 암탉 Rosie와 그녀의 탐탁지 않은 동행, 여우를 따라가 보자.
뜰을 지나, 볏단을 넘어, 방앗간을 가로질러, 벌통 아래를 지나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무심하게 앞만 보며 걷는 Rosie의 모습 뒤로 실수 연발 여우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고 낙천적이다. 심지어 '암탉을 쫓다 혼쭐이 난 여우'에게도 그렇다.
그래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여우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또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제갈길만 가는 무던한 암탉이 좀 얄밉기도 하다.
이 책은 암탉과 여우의 모습이 한장씩 대비되는 단순한 구조를 택하고 있어 어린 아이가
읽기에도 수월할 뿐 아니라 기대감을 더해준다. 두세장만 읽고 나면 '앗. 이제 여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전형적인 전원마을 풍경 속을 거닐며 꽤나 사실적으로 그려진 여러 사물들과 자연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손맛과 그래픽 느낌이 동시에 나는
대단히 독특한 일러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제한된 색깔군만을 사용한 컬러링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의 정교함 때문에 오히려 풍부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매 페이지에 등장하는 형광 계조의 노랑과 난색인 빨강, 주황, 올리브색 등이
이상하리만치 서로 조화되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그림은 매우 평면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쾌함과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도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독특한 방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Stories to Go! 라는 구호에 걸맞게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기획도서 시리즈 중 하나이다.
시골 마을을 거닐며 즐기는 가벼운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
by boro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