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와 같은 영화는 유성이 지구를 강타해서 종말이 온다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유성이 지구가 아니라 달에 부딪힌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Susan Beth Pfeffer의 《The Life as We Knew It Collection》이 바로 이런 설정 하에 풀어놓는 SF 소설입니다.
펜실베니아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사는 열여섯 살 Miranda의 고민은 지극히 사소했습니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빠의 재혼과 새엄마의 출산으로 만나게 된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와 같이 그 나이에 했음직한 고민이 전부였다가 이제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유성이 달에 부딪히면서 달의 궤도가 비틀어지고, 지구에서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닷가 마을은 쓰나미에 휩쓸리고, 내륙은 지진으로 인해서 초토화됐습니다. 화산이 터져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산재가 눈앞을 가리는데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것이 재앙의 시작입니다.
《The Life as We Knew It Collection》은 재난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Miranda의 일기 형식으로 풀어나가는데요, 지구촌 전체가 보이는 큰 스케일이 아니라 Miranda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난재해 상황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데요, 그것이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다가와서 진저리를 치고 몸서리를 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십 대 소녀의 생각과 감성이 돋보이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에는 감동의 여운에 잠기게 되는데요, 재난 이야기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
원래는 《Life As We Knew It》만 출간됐다가 독자들의 원성(?)에 두 권이 더 출간돼 《Last Survivors Trilogy》로 재출간되었고, 이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은 독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한 권이 더해져 《The Life as We Knew It Collection》는 모두 네 권으로 완결됐습니다. 단순히 분량 늘이기 수준이면 욕을 먹겠지만, 확실히 재미가 더해지면서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